선남자여, 만일 선정(禪定-접심(接心))을 하지 않으면 세간의 일을 끝낼 수 없고,
더구나 출세(出世)의 길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만일 선정(禪定 - 접심(接心))이 없는 자는 평처(平處)에 거꾸로 떨어진다(顚墜).
마음에서 부처님과 다른 법을 생각하는 심이법(心異法)의 이유로
입으로 다른 말을 전하고, 귀로 다른 말을 듣고,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심이의(心異義)를 얻게 된다.
이상한 글자를 만들어, 손으로 이상한 글을 쓴다든지,
다른 길을 가고 싶은 욕망에, 몸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삼매정(三昧定)을 수습하는 자가 있으면 크게 이익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된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두 가지 법을 갖추어야 크게 이익을 본다.
첫째는, 선정이요, 둘째로는 지혜이다.
선남자여, 왕골을 베는 데 있어 단단히 잡고 단번에 베면 쉽게 베어지는 것처럼
보살 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는 것도 이와 같도다.
선남자여, 단단한 나무를 뽑을 때에 먼저 손으로 움직여주면 뒤에 뽑기 쉬운 것처럼
보살의 선정과 지혜 정혜(定慧)도 또한 이와 같이 먼저 선정(접심)으로 움직이고 뒤에 지혜로써 뽑는다.
선남자여, 더러운 옷을 빨 적에 먼저 잿물로 닦고,
나중에 맑은 물로 씻으면 옷이 곱고 깨끗해지는 것처럼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여, 먼저 독송을 하고, 뒤에 바른 뜻을 이해하듯이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여, 가령 용맹한 무사가 먼저 갑옷으로 무장하여 단단히 자신을 장엄한 뒤에 진영을 막게 하면
원수와 적을 잘 물리치는 것처럼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도다.
선남자여, 예를 들어 기술이 뛰어난 장인이 도가니에 쇠붙이를 담고는 마음대로 구부리고 녹여버리는 것처럼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도다.
선남자여, 예를 들어 맑은 거울이 얼굴을 밝게 비추듯,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먼저 땅을 평평하게 한 뒤에 씨를 뿌리 듯
먼저 스승을 따르고 받아들인 뒤에 뜻을 사유하듯이
보살의 정혜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크게 이익이 된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아, 오근(五根)을 골라 받아들여 조섭(調攝)하여
중생의 고통을 참고 견딘다.
이른바 기갈, 한열, 후려치고 때림, 욕설을 퍼부음, 흉악한 짐승에 씹히고, 모기 등에 물려도
항상 그 마음을 받아들여 게으르지 않고, 이익을 위해 옳지 않은 법을 행하지 않고
세간 번뇌의 잘못된 생각에 빠져 더럽히지 아니하고, 모든 어긋난 이견 때문에 갈팡질팡하지 않는다.
항상 나쁜 관념을 멀리하여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중생을 성취시켜 이익하게 하려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네 가지 뒤바뀐 폭풍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고,
수미산을 네 가지 바람으로 흔들어댄다 할지라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것과 같도다.
외도의 옳지 않은 스승 때문에 동요하지 아니하고, 제석당을 이전할 수 없음과 같도다.
여러 사악한 요술로도 호리고 속이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항상 미묘하고 제일가는 안락을 받고, 여래의 깊고 비밀한 밀의(密義)를 이해하도다.
즐거움을 얻으나 즐거워하지 않고, 괴로움을 만나도 괴로워하지 않으니,
천상의 제천(諸天)과 세상 사람이 공경하고 찬탄하도다.
분명하게 생사 및 생사 아닌 것을 보고, 진여법계와 만유의 실체법성을 잘 알아,
몸에 상락아정의 법이 있다. 이것을 일컬어 대열반의 락(樂)이라 한다.
선남자여, 선정의 모양(정상-定相)은 공삼매라 하며, 지혜의 모양(혜상-慧相)은 무원삼매라 하며,
사의 모양(사상 - 捨相)이란 무상삼매라 일컫는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있어서, 선정의 때, 지혜의 때, 사(捨)의 때를 알고, 또한 때가 아님을 알면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보리도(菩提道)를 잘 행한다고 일컫는다.